한국 원폭피해자의 귀환과 정착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고국으로 귀환한 과정에서 일본 정부나 연합군 최고 사령부에서는 이들에게 수속이나 재산 정리 등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연합군 총사령부에서는 재일 한인의 귀환보다 한반도 거주 일본인의 귀환을 더 우선시하였으며 일본 정부는 재일한인의 귀환에 대해 부산항까지 인솔자를 보내고, 강제 동원 노동자들의 직종에 따라 순서를 정해 귀환시키도록 하는 방침을 내렸습니다. 이 방침은 귀환 한인들의 소요를 막고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으며, 직종에 따라 순서를 정한 것은 당시 일본에서 석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석탄 노무자들을 제일 마지막으로 귀환시켰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국으로 돌아온 원폭 피해자들 중 대다수는 해방 직후 혼란한 한국의 사회 구조 속에 뿌리내리지 못했고 안정된 생활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고향에서 농사를 짓거나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 단순한 육체노동에 종사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배제였습니다. 그들은 원폭 피해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으며,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고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원폭으로 인해 입은 외상은 노동을 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심리적·정신적인 무기력증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낙인당하는 등 일자리를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여성 피해자들은 결혼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원폭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를 보면 생계곤란, 질병, 회복이 어려운 신체장애, 출산과 자녀들의 결혼 문제에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원폭 피해자들의 자녀들 중 상당수가 원폭 피해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