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 채록의 의미 고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청년모임에서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구술 채록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일본 정부에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 구술 채록을 진행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고찰해 보았습니다. 
  첫째,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구술 채록 활동을 하는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에 대한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는 말에서 ‘배상’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또는 단체가 적법한 행위에 의하여 국민이나 주민에게 가한 재산상의 손실을 갚아 주기 위하여 제공하는 대상 (출처: 우리말샘)’이라는 뜻을 가진 용어 ‘보상’과는 달리 ‘배상’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 주는 일 (출처: 표준 국어 대사전)‘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적법하지 않은 행위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일제의 강제 동원과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해 그들의 법적 책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둘째, 한국인 원폭 피해자 분들을 기억하기 위한 일이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하며, 그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것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구술 채록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분들의 구술 증언 내용을 기록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중국 대련에서 벌어졌던 여순 대학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만충묘 전시관의 마지막 전시 섹션에 나와 있던 “절대 잊지 말자. 어두운 역사의 본보기는 지나간 전쟁에 대한 기억의 장소일 뿐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싸우도록 인도해 주는 빛나는 등대이다.”라는 문장처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기억해야 하며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구술 채록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는 구술 채록 활동을 통해 현재의 상황과 국제 정세에서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감을 주어 다시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같은 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한반도 핵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지만, 과거의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우리도 제2의 원폭 피해자가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